자전거 벨

집사람의 자전거를 구입할때 가게에서 서비스로 벨을 달아주었다. 공짜로 받은 제품에 많이 바랄건 없겠지만 소리도 맑은 편이고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벨 없이 자전거를 탈때 벨이 있었으면 지금 사용했을텐데라고 생각을 한 것 보다는 확실히 자주 사용하게 되는것 같다. 존재 자체가 수요를 이끌어낸다고나 할까.

일요일 오후 광안리 바닷가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해수욕장 개장에다 주말이니 도로, 인도 모두 붐비고 있었다. 가다보니 헬멧,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어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흰머리도 제법 있는 라이더와 일부 구간을 함께 달리게 되었는데 자전거에 전자벨을 달아 앞에 보행자가 있을 때마다 제법 요란하게 "삐육~ 삐육~"하고 벨을 울려댔다. 수변공원 주변 자전거 도로에서는 별 생각없이 자전거 도로를 걷고 있는 보행자들에게 끊임없이 벨을 울렸고 뒤따라가다보니 많은 보행자들이 투덜대거나 욕하는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자신이 도로에서 들은 자동차들의 클랙션 소리와 운전자들의 위협을 보행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었을까.

힘없는 상태에서 설움과 괴로움을 맛본 사람들이 힘을 가지게 되었을때에 자신보다 힘 없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겪은 과정을 그대로 반복해서 겪게 하는게 사람들의 마음인것 같다. 학교, 군,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도... 이미 확립되어 돌아가는 시스템은 놓아두는게 편하고 변경하려면 자신이 더 힘들어지지만 몇몇은 자신이 높은 자리에 올라 힘을 가졌을 때에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개선해 낸다. 불합리함을 겪을 때에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기 보다는 타인에게서 자신이 느껴던 고통을 떠올리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출퇴근시 옆의 인도에 너른 공간을 놓아두고 굳이 자전거 도로로 걸어가는 보행자들이 있을 때 가끔씩 벨을 울리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주변을 지나가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자전거 도로임을 알려줄 필요도 있다는 생각도 들때가 있지만 역시 남을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 또한 식구들과 바닷가 산책을 나갔을때 갑자기 슉~하고 스쳐지나가는 자전거를 보고 놀란적이 몇번 있지 않았던가. 모두가 보행자이기도 하고, 자전거 라이더이기도 하고 때로는 운전자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운전만 하다보니 보행자나 자전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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